목차로
6장

n² 시대의 계층 재편

경제 구조가 바뀌면 사회 계층도 바뀐다. n² 경제는 단순히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계층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경제 구조가 바뀌면 사회 계층도 바뀐다. n² 경제는 단순히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계층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산업 시대의 계층 구조는 비교적 단순했다. 자본가와 노동자. 물론 그 사이에 중산층, 전문직 등이 있었지만, 기본 구조는 명확했다. 생산수단(공장, 토지)을 소유한 자와 노동을 제공하는 자의 구분이었다. 20세기 후반, 선진국에서는 거대한 중산층이 형성되었다. 교육을 받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전문직 계층이 인구의 절반 이상(약 53%)을 차지했다.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사회적 기반이었다.

n² 경제는 이 구조를 해체하고 있다. 새로운 계층 분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기준은 "네트워크에 대한 관계"와 "AI 활용 능력"이다. 네 개의 계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AI 엘리트 계층 (리더): 2% → 5%

이들은 플랫폼을 소유하거나 플랫폼 기업의 주요 주주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개념을 설계하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다. 단순한 자본 소유를 넘어서 n² 시스템의 근본 원리를 재구성할 수 있는 창의적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마크 저커버그 같은 창업자들부터, 벤처 캐피탈리스트, 그리고 소수의 혁신적 사상가들까지 포함된다.

이 계층의 비율이 소폭 증가(2%→5%)하는 이유는 AI 시대에 새로운 개념 설계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n²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어떤 규칙을 만들 것인가 - 이러한 근본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의 필요성이 커진다.

여기서 역설이 발생한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n² 파급력을 갖는다. AI는 그 아이디어를 즉각 구현하고, 네트워크는 그것을 수억 명에게 전파한다. 생각만 하면 현실이 되는 창의력 증폭의 시대다. 일론 머스크가 X(트위터) 알고리즘을 재설계하겠다고 결정하면, 4억 사용자의 정보 환경이 바뀐다. 한 사람의 통찰이 n² 영향력을 갖는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기회는 극소수에게만 열려 있다. 네트워크와 자본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AI 강화 계층 (프로): 53% → 25%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는 계층이다. 산업시대 중산층의 핵심이었던 전문직 계층이 절반 이하로 축소된다. 이들은 AI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알고리즘 디자이너, 고급 전문가들이다. 네트워크를 만들고 최적화하는 사람들이다. 소유하지는 않지만, n² 시스템의 핵심 작동자다.

여기서 AI가 만드는 이중의 역설이 발생한다. 한 사람의 설계가 갖는 파급력이 n²로 커지면서, 실제로 필요한 사람의 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과거에는 100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했던 작업을 이제 10명이, 아니 한 명이 AI의 도움으로 해낼 수 있다. 생성형 AI는 코드를 작성하고, 디버깅하고, 최적화한다. 한 명의 뛰어난 설계자가 AI를 활용하면, 과거 팀 전체가 하던 일을 수행한다.

이것은 이중의 효과를 낳는다. 첫째, 최상위 1-5%의 슈퍼스타 설계자들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그들의 아이디어 하나가 n² 네트워크를 통해 수억 명에게 도달하고, AI가 그것을 즉각 구현한다. 생각만 하면 현실이 되는 창의력 증폭의 시대다. OpenAI의 핵심 연구진 30명이 만든 GPT-4는 10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 30명의 창의성이 n² 영향력을 갖는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계층의 대다수는 불필요해진다. 상위 슈퍼스타들이 AI와 결합하여 모든 것을 해내고, 나머지는 대체된다. 중급 전문가들의 일자리가 빠르게 소멸한다. 우리 조상들은 사냥을 해야 먹고 살았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은 사냥을 할 줄 모른다. 그 능력이 불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지도를 열심히 보고, 전화번호들을 외우고, 계산을 암산으로 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 넣을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이 다 해준다. 인지적 능력의 일부가 기계로 외주화되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전문직 종사자들이 가진 많은 기술들이 AI로 대체되고 있다. 법률 리서치, 회계 감사, 의료 진단, 코드 작성, 디자인 초안, 금융 분석. 이것들은 더 이상 인간이 직접 할 필요가 없는 "사냥 기술"이 되고 있다. 중급 전문가들의 일자리가 빠르게 소멸한다.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선진국 노동력의 30%가 직업 전환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단순 육체노동자가 아니라 화이트칼라 전문직의 위기다.

하지만 소수의 창의적 설계자들에게는 전례 없는 기회가 열린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AI를 통해 즉각 실현되고, n²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된다. 한 사람의 통찰이 10억 명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생각과 현실 사이의 거리가 거의 사라진다. 그러나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AI 의존 계층 (아마추어): 35% → 65%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새로운 계층이다. 이들은 AI 도구를 활용하여 콘텐츠를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플랫폼에서 일한다. 전통적 의미의 "직업"은 없지만, AI가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우버 기사, 유튜브 크리에이터,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프리랜서 플랫폼의 디자이너, 작가, 번역가. 그들은 n² 네트워크의 노드이지만, n² 가치는 플랫폼이 추출한다. AI 도구 덕분에 진입장벽은 낮아졌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고,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극소수(상위 1%)는 상당한 수입을 올리지만, 대다수는 불안정하고 낮은 소득에 시달린다.

"긱 경제"의 현실이다. 자유롭지만 불안정하고, 유연하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창의적이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하다. 이 계층의 대규모 확대는 기본소득, 데이터 배당, 또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분배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AI 배제 계층 (소외): 10% → 5%

디지털 네트워크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접근해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비율은 감소하지만 격차의 질은 심화된다. 디지털 접근성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절대적 숫자는 줄어들지만, 네트워크에서 배제된 이들과 나머지 사회 사이의 간극은 더욱 커진다.

고령층, 빈곤층,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사람들. AI가 발전할수록, 이들과 나머지 사회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그들은 점점 더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은행은 모바일 앱으로 이동하고, 정부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통합되고, 일자리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찾는다. 의료 예약, 교육 신청, 복지 서비스 접근 모두 디지털화된다. 네트워크 밖의 삶은 점점 더 불가능해진다.

이 계층을 위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사회보장과 디지털 포용 정책이 필수적이다. 비율은 작지만, 이들이 완전히 사회에서 배제되는 것을 막는 것은 사회 통합의 최소 조건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층 간 이동의 가능성이다. 산업 시대에는 중산층으로의 상향 이동이 가능했다.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을 얻고, 경력을 쌓으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다. n² 경제에서는 상향 이동이 훨씬 어렵다. 가치 창출이 네트워크 효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개인 능력보다 올바른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가, 초기에 어떤 위치를 점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동시에, 기존 중산층의 하향 이동이 가속화된다. AI가 전문직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고학력, 고숙련 노동자들이 취약해진다. 그들은 네트워크를 소유하지 못했고, AI는 그들의 전문성을 대체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40/60 사회" 또는 더 극단적으로는 "20/80 사회"로 향하고 있을 수 있다. 상위 20-40%는 n² 경제에 통합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과 안정을 누리지만, 하위 60-80%는 불안정한 긱 노동, 낮은 임금, 또는 AI 의존적 생계에 놓인다. 민주주의에 엄청난 도전이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광범위한 중산층에 기반했다. 중산층이 붕괴하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